[여행] 3박 4일 오사카 여행기 - 1부 : 도톤보리&남바&우메다 뭔가 했음



오랜만의 이글루는 이글로 개설과 함께 만들어두고 글은 하나도 올리지 못한 '뭔가 했음' 카테고리로 시작!
올해들어 가장 잘 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는 오사카 여행기로 시작해 볼까 한다.
(라고 하고 다음달에 또 오사카를 가는 것이 함정.)

오사카가 내게는 일본 모 걸그룹 '오사카 코이노 우타' 정도의 이미지로, 막연하게 그냥 사투리가 심한 도시(...)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다 어학연수 중 하우스메이트였던 일본인 친구에게서 오코노미야키가 본토가 오사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언젠가는 가 보리라 다짐했던 것이 사실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게 된 이후에는 많은 직장동료들과 친구들이 오사카로 먹방여행을 떠나는 것을 보았고,
특히 절친한 친구가 오사카를 마치 가평여행 가듯이 가는 것을 보고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이번 여행 역시 결단력 없는 나를 대신해 가평가듯 오사카를 들르는 바로 '그' 친구가 계획해 주었다.
(비행기 티켓부터 일정, 숙소 예약까지 전담해준 그 친구에게 이 게시글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한다.)

1부 - 오사카는 그냥 막 걸어도 오사카다.

사실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파란만장 했더랬다.
이상하게 내가 휴가를 가는 날이거나 뭔가 중요한 일정이 있는 날은 회사에서 일이 터지곤 했는데, 이번 여행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지금 몸담은 업계에서 업무상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제안PT다.
그래서 일부러 제안PT를 피하기 위해 잡은 일정이었고, 방해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2개월이나 전부터 팀에 허락을 구했다.
하지만 안 될 놈은 뭘 해도 안 된다고, 제안PT는 여행 일정에 꼭 맞게 결정이 났다.
결과적으로는 일정을 바꿔 여행도, PT도 진행할 수 있었지만 여행도 가기 전 지치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제안PT가 끝난 후에는 회식이 있었다.
PT를 진행한 사람이 나 였기 때문에 자리를 피할 수도 없었고, 결과적으로 나는 제안서 작성 때문에 짐도 미리 싸지 못한 채 새벽이 다 되어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그리고 여행 당일, 나는 7시 45분 카운트 마감을 5분 앞두고 공항에 도착하는 대담함으로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일어나자 마자 5분 만에 급하게 싼 캐리어,
태풍으로 심하게 흔들리는 비행기 기체,
회식 때 먹은 알콜의 맹활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행기 창으로 바라보는 풍경은 언제 보아도 참 설렌다.

아침부터 허겁지겁 서두른 덕에 황폐해진 속으로 일본 도착.
뭔가 왔다는 인증샷을 엄청 찍었던 것 같은데 사실 비행기 멀미를 어마어마하게 해서 제대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친구는 이 날 비행기에서부터 귓병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먹방의 도시, 오사카에서의 첫 식사.
식당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판메밀의 육수 깊이 부터가 달랐다.(기분탓인가.)

비행기 멀미로 시름시름 앓아가는 나를, 다행히 친구가 배려해 주었고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30분간 휴식을 취했다.
아무리 맛있어도 멀미에 튀김은 절대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사실 이번에 함께 간 친구와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친하게 지내왔는데, 그때 당시에도 서로 강한 성격과 다른 취향 덕에 투닥거리는 일이 많았던 친구다.
다행히 서로 쌓아두는 성격이 아니라 서운해! 미안해! 괜찮아! 정도로 대부분의 싸움이 끝이 나곤 했다.
하지만 서로 알아온 긴 시간동안 따로 여행을 간 적은 없었던 사이고, 워낙 취향이 달라 가기 전에 걱정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비단 그 친구가 걱정스러웠던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취향의 사람과 여행을 갔을 때 일어나는 섭섭함 등을 나는 이미 너무 많이 겪어보았고, 생각보다 내가 여행을 함께하기에 까다로운 사람임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정말 다행히, 이번 여행의 나는 조율따위가 전혀 필요치 않은 예스맨이었고 친구는 되도록 내게 많은 오사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열혈 가이드였다.(누가 보면 오사카 시장인줄)
그리고 가장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둘 다 목적의식이 별로 없는 유형이었다는 것.
오사카 여행을 떠올려 보자면 '걷고 걷고 걸었다' 정도로 축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걷는 걸 딱히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데, 어딜 걸어도 오사카는 오사카인지라 모든 것이 새로웠던 것이다.
친구와 함께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가게도 많았고, 아무도 모르는 맛집을 찾아내기도 했다.(유..유레카...!)

오사카를 가평처럼 가는 친구가 찍으라고 알려준 스팟.
저 아저씨가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왜 유명한 건지 아직 모르겠다.

태풍의 영향으로 첫 날은 거의 날이 흐렸다.
그게 오히려 다행으로 작용해서, 더운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나는 비교적 쾌적하게 도톤보리 및 남바 일대를 걸어볼 수 있었다.

주말이라 여행객들 뿐 만 아니라 현지인들로도 붐비는 도톤보리 거리.
교자를 먹지 못하고 온 것이 유일한 한이다.
그래서 이번엔 먹으러 간다.

사실 은근히 나는 일본 여행을 여러 번 다녀온 편이다.
도쿄와 오키나와를 다녀왔고, 후쿠오카는 여름에 한 번, 겨울에 한 번 다녀왔다.
도쿄는 너무나도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없어 사실 실망했었고, 오키나와는 일본스럽지가 않아 그냥 휴양지에 다녀온 기분이었다.
그리고 후쿠오카는 시골이라 그런지 자연 경관과 온천이 너무 만족스럽지만 도시에 익숙한 내게는 사알짝 답답한 곳이었다.
하지만 오사카의 거리는 번화가 였음에도 도쿄 시부야나 서울의 명동 같은 분위기는 없었다.
일본을 여행지로서 좋아하는 이유가 친절함과 깨끗함인데, 오사카 역시 그랬다.
그러면서도 일본스러움과 도시적인 매력, 두 가지 모두 갖추고 있는 그 거리가 참 매력적이었다.

이 친구와 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
나는 그 나라의 본토 음식과 현지 시장에서 그 나라를 많이 느끼고 오는 편인데,
같이 간 친구 역시 시장 구경을 참 좋아했다.
여행 첫 날 들렀던 구로몬 시장.

구로몬 시장 안에서 우연히 발견한 토로로 베이커리.
점심으로 먹은 튀김이 소화가 되지 않아 빵을 사먹진 못했다.

첫 날은 거의 남바와 도톤보리 주변을 걷고, 근방에 있는 구로몬 시장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날 가장 기억에 남는 코스는 구로몬 시장이었는데, 단촐한 입구와는 다르게 시장이 굉장히 커서 놀랐다.
날이 더운데도 불구하고 시장 안은 어떻게 해 놓은 건지 둘러보기 쾌적했고, 시원하기까지 했다.
(우리 나라에도 도입이 시급하다...)

구로몬 시장을 본 뒤론 우메다로 향했다.
우메다의 한큐백화점은 가기 전부터 굉장히 기대했던 곳이었는데, 의외로 막상 가니 쇼핑 욕심은 별로 생기질 않더라.
식품 매장만 즐겁게 구경하고 관광명소라면 어디에나 있는(...) 대관람차를 타러 갔다.
(런던엔 런던아이가 있고 오사카엔 햅파이브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월미도 바이킹을 내세워야 하나...)

생각보다 운행시간이 길어서 만족했던 햅 파이브.
친구는 스피커로 인피니트의 노래를 틀어주려다 장렬하게 실패했다.
탄 것 자체는 좋았는데, 의외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은 삭막하다.

원래 사람 많고 정신 없는 곳에선 정신을 약간 놓는데, 우메다가 내겐 그랬다.
높은 건물들이 워낙에 많아서 어디가 어딘지 길도 잘 못찾겠고, 햅 파이브를 제외하고는 딱히 가고 싶은 곳도 없던 터라...
덕분에 친구가 혼자 왔을 때 재밌게 했다는 3D 게임도 즐겨보고 여자여자 놀이를 하며 달달한 것도 먹었다.

'한국에 많이 없는 디저트를 먹자'며 주문했던 파르페.
난 종종 내가 단 걸 잘 못 먹는 사람이란 걸 잊고 만다.
오른쪽은 친구가 주문했던 커스터드 푸딩.
뭉개져서 왔다. 우리네 인생처럼...

우메다 지하 식품관에서 간식을 좀 사고 남바로 도착하니 해가 져 있었다.
어딜 가나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은 모습인지 불토를 즐기려는 사람으로 거리는 혼잡.
발바닥이 부러지는 줄 알았지만 숙소에서 먹을 닭튀김을 생각하며 참아냈다.
교자가 정말 먹고 싶었지만 하루종일 비행기 멀미에 시달린 내 속은 교자따위 개나 주라며 울렁울렁.

우글우글, 바글바글.
사람으로 가득찬 도톤보리.
어느 나라 어느 도시나 불토를 즐기는 모습은 같다.

유명한 아저씨가 도톤보리에 떠억하니 있었다.
나도 유명해 지고 싶어서 인증샷.
#오사카에서 #불토를즐기는 #외국인 #관광객의 #자세

나는 비행기 멀미, 친구는 감기로 인해 황폐한 속을 이끌고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일본 3대 라멘집 중 한 곳을 가기로 했는데, 하필 그 곳이 이미 문전성시.
아쉬운 대로 친구가 유명하다고 하는 다른 라멘집엘 갔는데, 어째 한국인에겐 이 곳이 더 유명한 것 같은 기분이다.

담백하고 맛있었던 저녁 식사.
이번에도 또 가고 싶은데 아쉽게 라멘집 이름이 생각나질 않는다.
담백한 정도와 매운 정도를 선택할 수 있어서 입맛에 맞게 먹을 수 있었던 배려 넘치는 가게.

간단히 속을 달랜 후엔 그나마 나아진 속과 지친 발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왔다.
사실 나는 여행 시에 혼자 여행을 하더라도 무언가를 사와서 숙소에서 먹어보는 편이다.
배는 부르고 몸은 힘들지만 왠지 여행에서는 그러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저녁 자체를 많이 먹지 않는 편인데, 저 날은 라멘이 너무 맛있어서 먹고도 야식까지 탐하는(...) 몹쓸짓을 했다.

첫 날의 마무리는 가라아게와 염통꼬치, 햄 샐러드
저녁 식사 배와 마무리 야식 배는 늘 따로 있다.
여자의 신비.

친구는 오사카 올 때마다 혼자였기 때문에 이런 시간이 처음이라고 했는데, 문득 함께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 명은 벌써 여러번의 오사카지만 색다르게 즐기고 있었고, 한 명은 완전히 새롭고.
비록 중간에 배가 너무 불러 맥주는 다 마시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의미 있는 첫날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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