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 살롱 드 몽슈슈 애프터눈 티 세트 후기 뭔가 먹었음

우왕, 백만년 만의 포스팅...! (이건 뭐 이제 애뉴얼 행사로 자리잡히겠다.)
오랜만의 포스팅이 팬질이나 덕질이 아니라 맛집 탐방기임에 약간 뿌듯함과 서운함 중간쯔음의 감정을 느끼면서
지난 여름에 먹은ㅋㅋㅋ심지어 애프터눈에 먹지도 않은ㅋㅋㅋ 애프터눈 티세트 후기를 남겨보려 함.

일단 앞서 밝히자면 난 단 맛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라 디저트 자체에 돈을 크게 쓰지 않는다.
그렇게 섭취하지 못하는 설탕은 주로 카페라떼에 시럽을 겁나 부어마시는 것으로(...)해소를 하곤 하는데,
애프터눈 티 세트 만큼은 뭔가 있는 집 자식들이 주로 먹는 디저트 같아서 죽기 전에 한 번쯤은 먹어야지 생각했었다.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버킷리스트가 애프터눈 티세트라니 나라는 사람도 참 소박하다.)

그러다가 인스타그램에서 지인이 올린 애프터눈 티세트 사진을 본 게 이 여정의 시작.
역시 있는 집 자식들의 디저트라 그런지 예약하면 티세트 꼭대기에 예약자 이름을 꽂아 주는가 본데,
난 그게 왠지 대접받는 기분이라 꼭 느껴보고 싶었던 거였다...orzlll(다시 말하지만 참 소박한 인생)

왠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은 시리우스를 꼬셔봤더니 역시나 단박에 넘어왔다 ㅋㅋㅋㅋ(실제 대화는 아래)

레몬트리 - 야 우리 진짜 미친척 애프터눈 티세트 먹어보자
시리우스 - 나 그거 한번은 먹어보는게 꿈인데 보통 얼마냐 그거
레몬트리 - 나같은 소시민이 알겠냐
시리우스 - 뭔가 우아하게 쉴 수 있을 거 같아

이런거 보면 얘도 정말 나와 비슷한 될성부른 소시민...또르르...행복하자 행복하자 우리(feat. 양화대교)
그와중에 또 비싼 돈 썼는데 실패하긴 싫어서 신사동의 살롱 드 몽슈슈를 방문하기로 했다.
(시리우스 말마따나 다 맛없어도 도지마롤 하나정도는 맛있을 테니까...)

그 날 정말 미친듯이 더워서 밖에 1초도 더 있고 싶지 않은 기분에 외관은 차마 못 찍었는데,
들어가면 굉장히 여자여자 소녀소녀 귀족귀족 스럽다.
뒷 뽕이 엄청 들어간 드레스 입고 머리에 왕리본 단 채 호호호 샤를로스 부인 그러셨쎄요, 하며 홍차 한 잔 하기 좋게 생겼달까.
정말 아, 이런게 살롱이구나 싶게 생겼지만 솔직히 말해 조금만 엇나가면 90년대 미순이와 대철이가 미팅하는 다방 느낌이 날 수도 있을 것 같다.(꽃무늬 가구의 한계라고 생각함)

포크와 나이프도 꽤 신경썼지만 그보다는 칼이 잘 안들어서 화가났던 실용주의의 소시민이 여기 하나...
특히 해피 파우치는 약간 질긴 크레이프가 크림을 싸고 있는데, 저 칼로 잘 안 찢어진다.

그리고 드디어 등장한 우리의 애프터눈 티세트(2인, 40,000원).
앞서 말했듯 나는 애프터눈 티세트 꼭대기에 적힌 내 이름이 보고 싶어서 먹으러 온건데,
살롱 드 몽슈슈 애프터눈 티세트는 예약을 받지 않는다.(아니 왜?!)
그래서 이름 적힌 표딱지 따위 볼 수 없었음...

애프터눈 티세트를 주문하면 음료를 한 잔씩 총 두 잔 마실 수 있는데 시리우스는 아메리카노를, 나는 홍차를 골랐다.
(홍차는 역시 잉글리쉬 블랙퍼스트지 말입니다.)
살롱 드 몽슈슈는 애프터눈 티 세트 먹기 전에도 한 번 방문한 적이 있고, 그때도 홍차를 시켰었는데 솔직히 별로다.
홍차 맛이 크게 나쁜 건 아니지만 아이스티가 아닌 이상 따뜻하게 먹는 음료이니 워머라도 같이 준비해 주는 편이 좋을 텐데.
홍차는 찻 물이 식으면 바로 떫어지기 때문에 티 카페 갈 때마다 차를 어떻게 따뜻하게 유지시켜주는지를 보곤 하는데,
살롱 드 몽슈슈는 컨셉이 살롱인데 차에 대한 배려는 사실 약간 부족하다.
그래서 평소 홍차에 설탕을 타 먹는 편이 아닌데, 몽슈슈에서는 차가 빨리 식는 바람에 끄트머리에 꼭 설탕을 타 먹게 된다T_T
(그래도 뜨거운 물은 잘 리필해줌... 그리고 저 설탕스틱 진짜 귀여웡)


사진으로 보니 제법 커 보이는데, 몽슈슈의 애프터눈 티세트가 저렴한 편이라 그렇게 사이즈가 큰 편은 아님.
하지만 무려 3층으로 구성된 데다 각 층이 모두 굉장히 성실하고 아름답게 꽉 차있다.
2인 세트임에도 저 정도의 구성이라니, 이 정도면 진짜 합리적이고 착하다고 할 수 있을 듯.
심지어 처음 먹어본 나도 합리적으로 느낄 정도니, 주로 찾아 드시는 분들은 굉장히 저렴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티세트 맨 꼭대기층.
마카롱도 진짜 예전에 뭔가 고급지고 트렌디해 보여서 꼭 먹어보고 싶었던 아이인데,
약 5년 전 처음 한 입 먹어보고 내 안의 영혼까지 훌훌 털어버린 비운의 디저트다.
몽슈슈의 티세트에는 미니 마카롱이 나오는데, 마카롱 좋아하시는 분은 즐겁게 드실 지 몰라도 나는 알약 먹듯 먹었다(...)
그래서 다른 곳의 마카롱과 맛 비교 불가.

저 컵에 담긴 아이는 요거트? 같은 거였는데 노란 아이가 피치, 빨간 아이가 베리 류를 활용한 요거트다.
시리우스에게 특별히 베리를 양보하고 난 피치를 먹었는데, 일단 달다.
뭐, 복숭아가 들어간 이상 당도는 포기해야 겠지만...다행히 과일의 단 맛은 초코의 단 맛보다 깔끔해서 그럭저럭 맛있게 먹음.


어떻게 보면 메인 층.
미니 케이크 두 개와 타르트, 백조 모양의 슈, 몽슈슈 해피 파우치 미니 버전이 속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게 먹은 층. (3층부터 공략하던 시리우스는 여기서 패배를 선언했다고 한다.)
다만 저 미니 케이크는 결혼식, 돌잔치 등의 피로연이나 뷔페 등에 자주 등장하는 케이크로
굉장히 느끼하고 텁텁한 맛이 나서 나는 본래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먹고 나면 속도 더부룩해!!

백조 모양의 슈는 예뻐서 차마 먹지 못할 비주얼을 가지고서 진짜 겁나 맛있다.
애초에 몽슈슈가 크림으로 유명세를 탄 곳이라, 크림이 들어간 디저트류는 다 맛있는 것 같다.
(거기다 본래 내가 슈를 좋아하는 것도 한 몫)
몽슈슈 특유의 우유 크림이 들어간 슈이니, 맛이야 뭐...상상하는 그대로의 맛이다.

해피 파우치는 평소 크레이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나같은 경우에는 크레이프가 약간 느끼하다고 받아들이는 쪽이라, 홍차와 함께 먹었다.
해피 파우치 역시 몽슈슈의 스테디 셀러인데다 크림이 들어가는 디저트라, 상상 그대로의 맛.
평소 몽슈슈의 크림 맛을 좋아한다면 도전할만 하다. 도지마롤보다 식감은 더 부드럽다.
그리고 의외로 맛있었던 게 저 타르트. 특히 저 하얀 아이가 맛있었다.

쿠키와 미니 도지마롤, 샌드위치가 있는 3층.
저 층에서 가장 맛있는 건 당연히 도지마롤이다.
원래 파는 사이즈보다 작은 사이즈로 나오는데, 애프터눈 티세트의 양 자체가 꽤 되기 때문에 부족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도지마롤이야 뭐...말해 무엇하리 존맛 세젤맛인것을...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았던 샌드위치가 의외로 굉장히 맛있었다.
샌드위치의 경우에는 겉 빵이 마를까봐 나오자 마자 가장 먼저 먹었는데, 굉장히 깔끔하고 담백하다.
연어의 느끼함을 어떻게 잡았는지 궁금. 포만감도 제법 들기 때문에 도지마롤 다음으로 점수를 준다면 샌드위치에 주고 싶다.
같은 층의 쿠키...일단 아까의 미니 케이크와 더불어 뷔페에 자주 등장할 비주얼이다.
그리고 비주얼 그대로 맛도 없다. 밀가루 맛이 엄청 나는데, 앞서 말했듯 난 밀가루를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진짜 별로.
남기거나, 꼭 먹어야 한다면 처음에 먹는 것을 추천한다.
나같은 경우에는 마지막에 쿠키를 집어먹어서, 다른 음식들로 깔끔해진 입안이 다시 텁텁해 졌다.

총체적인 평가를 하자면 일단 첫 애프터눈 티세트라서 그런지 굉장히 만족.
값도 너무나 합리적이고 구성도 알차다.(미니케이크와 쿠키만 뺀다면...)
거기다 대부분의 디저트가 맛있는 것 또한 별 다섯개짜리.
위치도 신사역이라 우리집에선 멀지 않아서 거듭 만족.
다만 몽슈슈가 언젠가는 더 세심해져서 차를 좀 맛있게 내줬으면 좋겠다.(워머 제발!! 내가 포트까진 안바래요T_T)

하지만 애프터눈 티세트의 경험으로서 좋았던 거지, 여전히 나에게 넘버원은 도지마롤.
같은 가격이라면 망설이지 않고 도지마롤 한 조각과 홍차를 주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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